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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깨우치는 한마디619

[정민의 세설신어] [439] 자만난도 (滋蔓難圖) 자만난도 (滋蔓難圖) [정민의 세설신어] [439] 자만난도 (滋蔓難圖) 윤기(尹愭·1741~1826)가 채마밭에서 잡초를 김매다가 '서채설(鋤菜說)'을 썼다. 여러 날 만에 채마밭에 나가 보니 밭이 온통 잡초로 뒤덮여 있었다. 채소는 잡초에 기가 눌려 누렇게 떠 시들었다. "아! 이것은 아름다운 종자인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꼬? 저 남가새나 도꼬마리는 사람에게 아무 유익함이 없건만 누가 저리 무성히 자라게 했더란 말인가?" 깨끗이 김을 매주자 채소가 겨우 기를 펴서 바람에 잎이 살랑대며 기쁜 빛이 있었다. 그가 다시 말한다. "앞서 채소가 처음 났을 때 이렇게 시원스레 해주었다면 비와 이슬을 고루 받아 생기를 타고 잘 자라 아침저녁으로 따서 내 밥상을 도왔을 것이다. 저 나쁜 잡초가 어찌 침범할 .. 2017. 10. 26.
[정민의 세설신어] [438] 구전지훼(求全之毁) 구전지훼(求全之毁) [정민의 세설신어] [438] 구전지훼(求全之毁) 맹자가 말했다. "예상치 못한 칭찬(不虞之譽)이 있고, 온전함을 구하려다 받는 비방(求全之毁)이 있다." '맹자' '이루(離婁)'에 나온다. 여씨(呂氏)의 풀이는 이렇다. "행실이 칭찬을 얻기에 부족한데도 우연히 칭찬을 얻는 것이 바로 예상치 못한 칭찬이다. 비방 면하기를 꾀하다 도리어 비방을 불러온 것이 바로 온전함을 구하려다 받는 비방이다. 비방하고 칭찬하는 말이 반드시 다 사실은 아니다 (行不足以致譽, 而偶得譽, 是謂不虞之譽. 求免於毁而反致毁, 是謂求全之毁. 毁譽之言, 未必皆實)." 사람들은 겉만 보고 판단하고,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듣고 보는 데 따라 칭찬과 비방이 팥죽 끓듯 한다. 잘하려고 한 일인데 비방만 얻고 보니 서.. 2017. 10. 19.
[정민의 세설신어] [437] 득예가우 (得譽可憂) 득예가우 (得譽可憂) [정민의 세설신어] [437] 득예가우 (得譽可憂) 퇴계가 정유일(鄭惟一)에게 보낸 답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서 행하는 바는 매번 남보다 한 걸음 물러서고, 남에게 조금 더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후진이 선진의 문하에 오르면, 주인이야 비록 믿을 만하다 해도, 문하에 있는 빈객을 모두 믿을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발 한 번 내딛고 입 한 번 여는 사이에도, 기림을 얻지 못하면 반드시 헐뜯음을 얻고 만다. 헐뜯음을 얻는 것은 진실로 두려워할 만하고, 기림을 얻는 것은 더더욱 근심할 만하다. 옛사람이 후진을 경계한 말은 이렇다. '오늘 임금 앞에 한번 칭찬을 얻고, 내일 재상의 처소에서 기림을 한 차례 얻고서, 이로 인해 스스로를 잃은 자가 많다 (所以行於世者, 則每以退人.. 2017. 10. 12.
[정민의 세설신어] [436] 관규여측 (管窺蠡測) 관규여측 (管窺蠡測) [정민의 세설신어] [436] 관규여측 (管窺蠡測) '운부군옥(韻府群玉)'에 "촉(蜀) 땅에 납어( 魚)가 있는데 나무를 잘 오르고 아이의 울음소리를 낸다. 맹자(孟子)가 이를 몰랐다"고 썼다. '오잡조(五雜俎)'에는 "지금 영남에 예어(鯢魚)가 있으니 다리가 네 개여서 늘 나무 위로 기어오른다. 점어(鮎魚)도 능히 대나무 가지에 올라 입으로 댓잎을 문다"고 했다. 맹자가 '되지 않을 일'의 비유로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찾는다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의 표현을 쓴 일이 있다. 혹자는 이 물고기들의 존재를 진작 알았더라면 맹자가 이 같은 비유를 쓰지 않았으리라 말한다. 윤기(尹愭·1741~1826)는 상리(常理)를 벗어난 예외적 경우로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세상.. 2017. 9. 28.
[정민의 세설신어] [435] 파사현정 (破邪顯正) 파사현정 (破邪顯正) [정민의 세설신어] [435] 파사현정 (破邪顯正) 삼론종(三論宗)은 고대 대승불교의 한 종파다. 수나라 때 길장(吉藏)이 '삼론현의(三論玄義)'에서 이렇게 썼다. "다만 논(論)에 비록 세 가지가 있지만, 의(義)는 오직 두 가지 길뿐이다. 첫째는 현정(顯正)이요, 둘째는 파사(破邪)이다. 삿됨을 깨뜨리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을 건져내고, 바름을 드러내면 위로 큰 법이 넓혀진다 (但論雖有三, 義唯二轍. 一曰顯正, 二曰破邪. 破邪則下拯沈淪, 顯正則上弘大法)." 파사현정(破邪顯正)은 삿됨을 깨뜨려 바름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삿됨을 깨부수자 가라앉아 있던 진실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바름을 드러내니 정대하여 가림이 없다. 유가에서는 척사위정(斥邪衛正)이란 비슷한 표현이 있다. 삿됨을 배척.. 2017. 9. 21.
[정민의 세설신어] [434] 선기원포 (先期遠布) 선기원포 (先期遠布) [정민의 세설신어] [434] 선기원포 (先期遠布) 1594년 류성룡(柳成龍)이 '전수기의십조(戰守機宜十條)'를 올렸다. 적군을 막아 지키는 방책을 열 가지로 논한 글이다. 그는 이 글에서 척후(斥候)와 요망((瞭望)의 효율적 운용을 첫 번째로 꼽았다. 적병의 동향을 미리 파악해 선제적 준비를 하려면 선기(先期)와 원포(遠布)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적어도 전투 5일 전에 멀리 적진 200리 지점까지 척후를 보내 적의 동정을 파악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군대에 이것이 없으면 소경이 눈먼 말을 타고 밤중에 깊은 연못에 임하는 것과 같다고 썼다. 임진왜란 당시 순변사 이일(李鎰)이 상주를 지켰다. 적병이 코앞에 왔는데도 까맣게 몰랐다. 접전 하루 전 개령현(開寧縣) 사람이 적이 코앞에.. 2017. 9. 14.
[정민의 세설신어] [433] 치이란이 (治已亂易) 치이란이 (治已亂易) [정민의 세설신어] [433] 치이란이 (治已亂易) 신흠(申欽·1566~1628)의 '치란편(治亂篇)'은 이렇게 시작한다. "장차 어지러워지려는 것을 다스리기는 어렵고, 이미 어지러워진 것을 다스리기는 쉽다. (治將亂難, 治已亂易.) 장차 어지러워지려 하면 위는 제멋대로 교만하여 경계할 줄 모르고, 아래는 아첨하여 붙좇느라 바로잡을 줄 모른다. 멋대로 흘러가고 휩쓸려 나아간다. 일에 앞서 말하면 요망한 얘기라 하고, 일에 닥쳐 얘기하면 헐뜯는 말이라 한다. 임금이 총애하는 신하에 대해 논하면 속여 기망한다고 배척하고, 감추고 싶은 것을 말하면 강직하다는 명성을 사려 한다며 밀쳐낸다." 그 결과는 이렇다. "가까이 친숙한 자에게 귀가 가려지고, 아첨하는 자에게 눈꺼풀이 쓰여서, 대궐의.. 2017. 9. 7.
[정민의 세설신어] [432] 견면취예 (蠲免驟譽) 견면취예 (蠲免驟譽)     [정민의 세설신어] [432] 견면취예 (蠲免驟譽) 1797년 연암 박지원이 면천군수로 내려갔다. 세 해 뒤 임기를 마치고 올라와 재임 시의 메모를 정리해 '면양잡록(沔陽雜錄)'으로 묶었다.  당진문화원에서 김문식 교수에게 의뢰해 번역한 이 책이 이번에 간행되어 나왔다.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칠사고(七事考)'다.  '목민심서'의 원조 격 저술로, 고을 수령이 힘써야 할 7가지 일에 대한 지침을 정리했다.7사는 '경국대전' '이전(吏典)'조에 실려 있다. 농상성(農桑盛), 호구증(戶口增), 학교흥(學校興), 군정수(軍政修), 부역균(賦役均), 송사간(訟事簡), 간활식(奸猾息)의 일곱 가지다.  농상을 진흥하고, 호구를 증가시키며, 학교를 일으키고, 군정을 정비한다. 부역을.. 2017. 8. 31.
[정민의 세설신어] [431] 갱이사슬 (鏗爾舍瑟) 갱이사슬 (鏗爾舍瑟)     [정민의 세설신어] [431] 갱이사슬 (鏗爾舍瑟)공자가 어느 날 자로와 증석, 염유와 공서화 등 네 제자와 함께 앉았다.  "우리 오늘은 허물없이 터놓고 얘기해 보자. 누가 너희를 알아주어 등용해준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  제자들은 신이 나서 저마다의 포부를 밝혔다. 다들 나랏일에 참여하여 큰일을 해내고 싶은 바람을 드러냈다. 공자는 그 말을 듣고 씩 웃었다.  "너는?" 스승의 눈길이 마지막으로 증석을 향했다.증석은 슬(瑟) 연주를 늦춰 젱그렁 소리를 내면서 슬을 내려놓고 일어났다.(鼓瑟希, 鏗爾, 舍瑟而作.)  "선생님!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늦봄에 봄옷이 이루어지면 어른 대여섯과 아이 예닐곱을 데리고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 쐬고 시를 읊.. 2017. 8. 24.
[정민의 세설신어] [430] 철망산호 (鐵網珊瑚) 철망산호 (鐵網珊瑚) [정민의 세설신어] [430] 철망산호 (鐵網珊瑚) 깊은 바닷속의 산호 캐기는 당나라 때부터다. 어민들은 산호초가 있는 바다로 나가 쇠그물을 드리운 뒤 배의 끄는 힘을 이용해 산호를 캤다. 철망산호, 즉 쇠그물로 캐낸 산호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진귀한 보물 대접을 .. 2017. 8. 17.
[정민의 세설신어] [429] 이적초앙(以積招殃) 이적초앙(以積招殃) [정민의 세설신어] [429] 이적초앙(以積招殃) 얼마 전 심재(心齋) 조국원(趙國元·1905~1988) 선생이 소장했던 다산 선생의 친필첩을 아드님이신 조남학 선생 댁에 가서 배관할 기회가 있었다. 그중 짧은 글 한 편을 소개한다. "다산에는 꿀벌 한 통이 있다. 내가 벌이란 놈을 관찰해보니, 장수도 있고 병졸도 있다. 방을 만들어 양식을 비축해두는데, 염려하고 근심함이 깊고도 멀었다. 모두 함께 부지런히 일을 하니, 여타 다른 꿈틀대는 벌레에 견줄 바가 아니었다. 내가 나비란 놈을 보니, 나풀나풀 팔랑팔랑 날아다니며 둥지나 비축해둔 양식도 없는 것이 마치 아무 생각 없는 들 까마귀와 같았다. 내가 시를 지어 이를 풍자하려다가 또 생각해보았다. 벌은 비축해둔 것이 있어서 마침내 큰 .. 2017. 8. 10.
[정민의 세설신어] [428] 문유삼등(文有三等) 문유삼등(文有三等) [정민의 세설신어] [428] 문유삼등(文有三等) 표현이 멋지거나 화려한 글이 좋은 글은 아니다. 내용이 알차다고 해서 글에 힘이 붙지도 않는다. 세상을 보는 자기만의 눈길이 깃들어야 한다. 송나라 때 장자(張鎡·1153~1235)가 엮은 '사학규범(仕學規範)' 중 작문에 관.. 2017. 8. 3.
[정민의 세설신어] [427] 총욕불경(寵辱不驚) 총욕불경(寵辱不驚) [정민의 세설신어] [427] 총욕불경(寵辱不驚) 자기애(自己愛)가 강한 사람은 남에게 조금 굽히지 않으려다 큰일을 그르치고 만다. 심화(心火)를 못 다스려 스스로를 태우기에 이른다. 조익(趙翼·1579~1655)이 '심법요어(心法要語)'에서 말했다. "심법의 요체는 많은 말이 .. 2017. 7. 27.
[정민의 세설신어] [426] 정수투서 (庭水投書) 정수투서 (庭水投書) [정민의 세설신어] [426] 정수투서 (庭水投書) 북위(北魏) 사람 조염(趙琰)이 청주자사(靑州刺史)로 있을 때, 고관이 편지를 보내 청탁을 했다. 그는 물속에 편지를 던져 버리고 이름도 쳐다보지 않았다. 진(晉)나라 공익(孔翊)은 낙양령(洛陽令)으로 있으면서, 뜰에 물그.. 2017. 7. 20.
[정민의 세설신어] [425] 무소유위 (無所猷爲) 무소유위 (無所猷爲) [정민의 세설신어] [425] 무소유위 (無所猷爲) 윤기(尹愭·1741-1826)가 '소일설(消日說)'에서 말했다. "사람들은 긴 날을 보낼 길이 없어 낮잠이라도 자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성인께서 '배불리 먹고 날을 마치도록 아무 하는 일이 없다 (飽食終日, 無所猷爲)'고 한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저마다 하는 일이 있어 종일 부지런히 애를 써도 부족할까 걱정인데, 어찌 도리어 세월을 못 보내 근심한단 말인가?" '소학(小學)' '가언(嘉言)'에서는 장횡거(張橫渠)의 말을 인용해, "배우는 자가 예의를 버린다면 배불리 먹고 날을 보내면서 아무 하는 일이 없어 백성과 똑같게 된다. 하는 일이라곤 입고 먹는 사이에 잔치하며 노니는 즐거움을 넘어서지 않는다.. 2017. 7. 13.
[정민의 세설신어] [424] 덕근복당 (德根福堂) 덕근복당 (德根福堂)     [정민의 세설신어] [424] 덕근복당 (德根福堂)정온(鄭蘊·1569~1641)이 1614년 2월, 영창대군 복위 상소를 올렸다가 의금부에 투옥되었다. 감옥에 들며 지은 시다. "삼월이라 삼짇날, 젓대 소리 들려온다. 어이해 포승 묶여, 복당문(福堂門)에 혼자 드나(政是三三節, 笙歌處處聞. 如何負縲絏, 獨入福堂門)." 삼월 삼짇날이라 밖이 떠들썩하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즐거운 날 포승줄에 묶인 채 감옥에 들어가는가?감옥을 복당(福堂)이라 했다. 이덕무는 지금 사람들이 감옥을 복당(福堂)이라 하는 까닭을, 위서(魏書) '형벌지(刑罰志)'에서 현조(顯祖)가 "사람이 갇혀 고생하면 착하게 살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방과 복당이 함께 사는 셈이다. 짐은 회개시켜 가벼운 용서를 .. 2017. 7. 6.
[정민의 세설신어] [423] 구겸패합 (鉤鉗捭闔) 구겸패합 (鉤鉗捭闔) [정민의 세설신어] [423] 구겸패합 (鉤鉗捭闔) 이이첨(李爾瞻)이 함경감사로 부임하던 날, 수레를 타고 만세교(萬歲橋)를 건넜다. 그는 서안(書案)에 놓인 책만 보며 바깥 풍경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감영의 기생들이 그의 잘생긴 얼굴과 단정한 거동을 보고는 신선 같다며 난리가 났다. 늙은 기생 하나가 말했다. "내가 사람을 많이 겪어 보았는데, 사람의 정리란 거기서 거기다. 이곳 만세교는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기이한 볼거리다. 누구든 처음 보면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을 쳐다보지도 않는다면 사람의 정리가 아니다. 그는 성인이 아니면 소인일 것이다." 이이첨은 인물이 관옥(冠玉)처럼 훤했다. 대화할 때 시선이 상대의 얼굴 위로 올라오는 법이 없었고, .. 2017. 6. 29.
자존심과 자긍심 자존심과 자긍심 자존심과 자긍심 이진경 인정욕망과 시선, 이는 우리가 흔히 쉽게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자존심과 자긍심이 어떻게 구별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알려준다. 자존심은 남들에게서 자신의 존중을 얻으려는 마음이다. 남들의 시선 앞에서 자신의 감점을 자랑할 만한 모습.. 2017. 6. 25.
[정민의 세설신어] [422] 가경가비(可敬可悲) 가경가비(可敬可悲) [정민의 세설신어] [422] 가경가비(可敬可悲) 이세재(李世載·1648~1706)는 실무 역량이 탁월했다. 부산 왜관에는 툭하면 차왜(差倭)가 드나들며 불법 교역을 일삼고, 풍속을 해치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가 동래부사로 부임하면서 규정을 점검하고 과감한 조처를.. 2017. 6. 21.
[정민의 세설신어] [421] 세구삭반 (洗垢索瘢) 세구삭반 (洗垢索瘢) [정민의 세설신어] [421] 세구삭반 (洗垢索瘢) 박세채(朴世采)가 조카 박태초(朴泰初)에게 보낸 글의 일부다. "예로부터 자기는 바르고 남은 그르다고 여기면서 만세의 공론을 이룬 적이 어찌 있었던가? 대개 저마다 자기와 같게 하려 하여 상대방은 잘못이라 하고 저만.. 2017. 6. 14.
[정민의 세설신어] [420] 법여시족(法如是足) 법여시족(法如是足) [정민의 세설신어] [420] 법여시족(法如是足) 한문제(漢文帝)가 지나는데 백성 하나가 다리 밑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말이 놀라 황제가 크게 다칠 뻔했다. 백성은 이제 지나갔겠지 싶어 나왔다가 놀라 달아났던 것이었다. 문제가 그를 정위(廷尉) 장석지(張釋之)에게 넘.. 2017. 6. 7.
[정민의 세설신어] [419] 관과지인 (觀過知仁) 관과지인 (觀過知仁) [정민의 세설신어] [419] 관과지인 (觀過知仁) 1793년 4월 22일에 승지 심진현(沈晉賢) 등은 정조 임금이 탕평의 취지로 반대당을 등용하자, 숨죽여 지내던 귀두남면(鬼頭藍面)의 해괴한 무리가 한꺼번에 튀어나온다면서, 그들에게 내린 벼슬을 취소할 것을 건의했다. 정조는 큰 죄를 지은 자가 아니면 당파와 친소를 떠나 등용하겠다 하고, 건의를 올린 승지들을 도성 밖으로 쫓아내라는 뜻밖의 비답(批答)을 내렸다. 입으로는 소통을 말하면서 부싯돌이나 신기루처럼 잠깐 동안 반짝 사람의 눈이나 어지럽히는 것은 새로운 정치의 법식이 아니라고도 했다. 승정원이 술렁였다. 좌의정 김이소(金履素)가 처분을 거두어 줄 것을 청했다. 왕이 다시 말했다. "모든 일은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 2017. 5. 31.
[정민의 세설신어] [418] 격탁양청 (激濁揚淸) 격탁양청 (激濁揚淸) [정민의 세설신어] [418] 격탁양청 (激濁揚淸) 사헌부(司憲府)는 시정(時政)을 논의하고, 백관(百官)을 규찰하며, 기강과 풍속을 바로잡고, 백성의 억울한 일을 처리하는 일을 맡아보던 관청이다. 서거정(徐居正)이 '사헌부제명기(司憲府題名記)'에서 감찰어사의 직분을.. 2017. 5. 24.
[정민의 세설신어] [417] 사소팔다 (四少八多) 사소팔다 (四少八多)    [정민의 세설신어] [417] 사소팔다 (四少八多)줄여야 할 것을 줄이고, 늘려야 할 것을 늘리는 것이 양생의 기본이다. 반대로 하면 망한다. 먼저 네 가지 줄여야 할 것의 목록.'배속에는 밥이 적고, 입속에는 말이 적다. 마음속에는 일이 적고, 밤중에는 잠이 적다. 이 네 가지 적음에 기댄다면 신선이 될 수가 있다.(肚中食少, 口中言少. 心頭事少, 夜間睡少. 依此四少, 神仙可了.)'사람들은 반대로 한다. 배가 터지게 먹고, 쉴 새 없이 떠든다. 온갖 궁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잠만 쿨쿨 잔다. 쓸데없는 생각이 많고 이런저런 궁리에 머리가 맑지 않다. 실컷 자고 일어나도 몸이 늘 찌뿌듯하다.그러는 사이에 몸속엔 나쁜 찌꺼기가 쌓이고, 맑은 기운은 금세 흩어진다. 밥은 조.. 2017. 5. 17.
[정민의 세설신어] [416] 잠린소미 (潛鱗燒尾) 잠린소미 (潛鱗燒尾) [정민의 세설신어] [416] 잠린소미 (潛鱗燒尾) 세종 때 김반(金泮)이 서장관이 되어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어룡(魚龍)을 그린 족자를 내밀며 제시(題詩)를 청하는 이가 있었다. 그가 붓을 들었다. "가벼운 비단 화폭 그 위에다가, 바람 물결 구름 안개 누가 그렸나? 비단잉어 푸른 바다 번드치더니, 신물(神物)이 푸른 허공 올라가누나. 숨고 드러난 형상은 비록 달라도, 날아 솟는 그 뜻은 한가지일세. 만약에 꼬리 태워 끊는다 하면, 하늘 위의 용이 되어 타고 오르리 (誰畵輕綃幅, 風濤雲霧濛. 錦鱗翻碧海, 神物上靑空. 潛見形雖異, 飛騰志則同. 若爲燒斷尾, 攀附在天龍)." 중국 사람이 감탄하고 그를 '소단미 선생(燒斷尾 先生)'으로 불렀다. 시 속의 소단미(燒斷尾)는 고사가 있다... 2017. 5. 10.
視遠惟明, 聽德惟聰, (시원유명, 청덕유총) 視遠惟明(시원유명)의 뜻은 "멀리 보되 오직 밝게 생각하라!"이다. ☞출전은 書經(서경) 商書篇(상서편) 太甲 중에 나온다. 奉先思孝, 接下思恭, (봉선사효, 접하사공) 선조를 받들 때에는 효성을 생각하시고, 아랫사람을 대할 때에는 공손함을 생각하시며, 視遠惟明, 聽德惟聰, (시원유명, .. 2017. 5. 9.
이미 일어난 일은 이미 일어난 일일 뿐이다 2017. 5. 7.
[정민의 세설신어] [415] 십무낭자 (十無浪子) 십무낭자 (十無浪子)    [정민의 세설신어] [415] 십무낭자 (十無浪子)오대(五代)의 풍도(馮道)는 젊은 시절 '십무낭자(十無浪子)'로 자처했다. 그가 꼽은 열 가지는 이렇다. "좋은 운을 타고나지 못했고, 외모도 별 볼 일 없다. 이렇다 할 재주도 없고, 문장 솜씨도 없다. 특별한 능력과 재물도 없다. 지위나 말재주도 없고, 글씨도 못 쓰고, 품은 뜻도 없다(無星, 無貌, 無才, 無文, 無能, 無財, 無地, 無辯, 無筆, 無志)," 한마디로 아무짝에 쓸모없는 허랑한 인간이란 뜻이다.그래도 그는 자포자기하지도, 긍정적 에너지를 잃지도 않았다. 그의 시는 이렇다. "궁달은 운명에 말미암는 걸, 어이 굳이 탄식하는 소리를 내리. 다만 그저 좋은 일을 행할 뿐이니, 앞길이 어떠냐고 묻지를 말라. 겨울.. 2017. 4. 26.
[정민의 세설신어] [414] 환원탕사 (還源蕩邪) 환원탕사 (還源蕩邪) [정민의 세설신어] [414] 환원탕사 (還源蕩邪) 대둔사 승려 호의(縞衣·1778~1868)는 다산이 초의(草衣) 이상으로 아꼈던 제자였다. 다산이 세상을 뜬 뒤로도 그는 해마다 두릉(斗陵)으로 햇차를 만들어 보냈다. 병으로 자리에 누워 있던 다산의 둘째 아들 정학유(丁學游·.. 2017. 4. 19.
[정민의 세설신어] [413] 함제미인(含睇美人) 함제미인(含睇美人) [정민의 세설신어] [413] 함제미인(含睇美人) 황산(黃山) 김유근(金逌根·1785~1840)이 자하(紫霞) 신위(申緯·1769 ~1845)에게 편지를 보냈다. 서두의 인사가 이랬다. '매화의 일은 이미 지나가고, 수선화는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너무 적막하여 마음을 가.. 2017. 4. 12.